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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클럽의 '부익부 빈익빈'
유럽 축구클럽의 '부익부 빈익빈'
  • 다비드 가르시아
  • 승인 2012.06.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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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작가 미상

유럽 시간으로 6월 8일부터 7월 1일까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유로 2012'에서 스타급 선수들의 빅매치가 펼쳐질 예정이다. 명문 축구클럽은 과도한 부채로 UEFA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그들이 최근 도입된 이른바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에 대해 걱정이나 할까?

유럽의 축구 경기를 총괄하는 단체인 '유럽축구연맹'(UEFA)은 2003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총회에서 명문 클럽의 로비를 살짝 비꼬면서 그들의 지나친 권력과 이윤 추구를 지적했다. UEFA는 결의안을 통해 "축구는 공정성, 기회, 열정과 다양성의 동의어"이고 "축구는 부자나 힘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폐쇄적인 스포츠가 아니"라며 "UEFA는 소규모 클럽이나 연합, 축구팬들이 그들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전혀 없는 구조나 체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구조나 체제는 UEFA와 유럽, 그리고 축구가 추구하는 이념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유럽 축구계는 호화로운 스페인 클럽들이 점령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의 준결승에 진출한 8팀 중 5팀이 스페인리그 소속이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CF, 아틀레틱 빌바오가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 축구클럽의 대활약 이면에는 스페인 정부의 엄청난 세제 혜택이 있다.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스페인에서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사회노동당 출신 국무총리가 이끌던 이전 정부에 이어 현 우파 정권의 프로축구클럽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축구클럽들이 미납한 세금 7억5200만 유로(사회보험금 2억5천만 유로(1)는 제외)를 추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불량 납세자가 축구 경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마누엘 페시 스페인 하원 문화스포츠위원회의 대변인은 "경쟁의 기본은 참가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라며 "세금을 내지 않은 팀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어야 한다"(2)고 강하게 주장했다.

"경기 참가자 사이의 평등이오?" 지아니니 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은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완전한 평등이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부 클럽의 적자 수준이 경기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말 유럽 1부리그는 16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계산은 간단하다. 재정적 수단이 많은 클럽일수록 그 클럽은 타이틀을 쌓기에 유리한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팀이 된다. 스포츠 경기의 묘미인 결과의 의외성을 결정한다고 여겨지는 '영광스러운 불확실성'은 최소한의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2011년 3월 22일 당당히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출신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부여 방식을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에 준해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로마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클럽들이 정상이 되도록, 있지도 않은 돈을 쓰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면 감옥에 가는데 프로축구클럽은 그러면 더 쉽게 우승컵을 손에 넣는다니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3)

스포츠 이상과 경제법칙 사이에서

이제 특별대우는 끝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에 따르면 연간 적자 500만 유로를 용인하지만, 이 상한액을 제한하는 허용 범위를 덧붙여두었다. 그래서 2013년과 2014년에 실시될 두 번의 감사에서 4500만 유로의 적자가 수용되고, 향후 세 시즌 동안에는 3천만 유로의 적자가 인정된다. UEFA 집행위원회는 2018년부터 인정되는 적자 상한액은 아직 명시하지 않았다.

과거 벨기에 총리를 지낸 장뤼크 드안 '재정적 페어플레이' 감독패널장은 "우리는 클럽의 동반자 역할을 맡지만 클럽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면서 "레알 마요르카의 경우에는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이 실행되기도 전인 2010년 유로파리그에서 퇴출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엑스트라 격인, 벨레아레스주에 연고지를 둔 레알 마요르카의 퇴출은 거의 아무런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4) 그러나 UEFA가 유럽의 빅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을 경기장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신중한 플라티니 회장은 말을 아꼈다. 재선을 며칠 앞둔 2011년 3월 22일 그는 "몇 년 전 프랑스 재정감독기구가 보르도(1991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1994년)와 같은 클럽들을 강등시켰을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5)

프랑스 재정감독기구(DNCG)와 동일한 역할을 맡은 UEFA 재정감독패널은 영리 목적의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자 클럽을 제외시킬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스포츠 경제학자는 "DNCG가 원칙대로 규정을 적용했다면 파리 생 제르맹(PSG)이 1부리그에 남아 있을 수 없었겠지만 DNCG는 임의로 제재를 가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카타르 왕족이 인수한 PSG는 2011·2012 시즌 말이면 1억 유로의 적자로 인해 챔피언스리그를 떠나야 할 것이다. 안드레프는 "챔피언스리그의 명성을 드높이는 훌륭한 클럽들이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파프 디우프 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구단주는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가 빠진 챔피언스리그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클럽에 나눠주게 될, 방송중계권으로 발생한 7억5400만 유로(6)의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UEFA도 빅클럽에 종속돼 있다. 미셸 데보르드 경제학자는 "UEFA가 수표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명문 클럽들이 단체로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거부하고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한다면, 방송사들이 대회에 흥미를 잃게 되고 결국 그 수표책은 휴지 쪼가리에 불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를 죽인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UEFA는 챔피언스리그라는 대표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단체의 존재 의미는 축구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안드레프가 상기시켰다.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UEFA 총회에서 수뇌부가 표방하던 공정성이 이로 인해 흔들릴지라도 말이다.

1992년부터 등장한 "챔피언스리그는 스포츠의 불확실성을 제한하고 방송중계권료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려는 부유한 클럽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고 보리스 엘뢰 스포츠 지리학자는 분석했다. 명문 클럽들은 힘있는 클럽만의 폐쇄적인 리그를 만들겠다고 위협하면서 기존 챔피언스클럽컵을 폐지하게 만들었다. 1955년 프랑스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의 제안에 따라 창설된 챔피언스클럽컵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우승자를 홈 앤드 어웨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겨루게 했다. 당시에는 소속 국가의 규모나 경제적 비중과 무관하게 '한 국가당 한 팀'의 원칙을 적용했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거대 연맹과 방송사의 압력에 떠밀려 UEFA는 전력이 강한 국가가 4개 클럽을 출전시킬 수 있도록 허락했다. 반면 중소국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1개 클럽만 출전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중소 클럽은 정식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 예선전에서 4회 우승해야만 자격이 주어졌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손쉽게 상위 경기에 출전하게 된 강호 클럽들은 선수권을 놓고 경쟁하며, 방송중계권이라는 돈줄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윌리엄 가야르 UEFA의 대변인은 2005년 "10여 년 전보다 돈이 경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상위 경기에 진출하는 클럽 수가 점점 제한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인정했다.(7)

평등하게 그러나 동등하지 않기?

AC 밀란의 구단주이자 이탈리아 민영방송사 3곳의 사장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필두로 한 유럽의 주요 방송사 대표들은 갑의 지위를 이용해 1999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이번에는 UEFA가 협박에 굴하지 않았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 우수한 클럽들은 이듬해 부유한 팀의 이익을 수호하는 압력단체인 G14를 창설했다.

2007년 중소국과 동유럽 국가의 지지로 선출된 플라티니 회장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문턱을 부분적으로 낮췄다. 이를 계기로 변방의 키프로스 챔피언인 아포엘 니코시아가 지난 3월 8강 경기장에 섰다. 50배나 많은 예산을 갖춘 무적함대 레알 마드리드와 붙어 탈락했지만! 지난해에는 중소국 팀인 FC 코펜하겐이 16강전까지 진출했다.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큰 플라티니 회장의 개혁은 빅클럽에 유리한 힘의 균형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UEFA 신임 회장은 기존 입장과 달리 국내 경기의 우승자에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대표출전팀 수를 줄이면서 사실상 강국의 이권을 보호해줬다. 플라티니 회장의 협조적인 태도에 안심한 G14는 2008년 2월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거의 모든 유럽의 언론들이 플라티니 회장을 강자에 대항해 힘없는 자의 편에 선 세심한 사람으로 소개하며 그의 스리카드 몬테식 속임수를 반겼다. 기업친화적인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만 속지 않고 밝은 눈으로 '스포츠 비즈니스의 진정한 거짓 적'이라며 반어적으로 축하했다(2009년 7월 13일).

전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이기도 했던 플라티니 회장은 자신이 축구클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이 별다른 무리 없이 자리잡으리라 기대했다. 유럽축구클럽협회(ECA) 회장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독일 대표 출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처음부터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며 "당시에도 이미 유럽 축구가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평했다(<르몽드>, 2011년 1월 25일)

플라티니 회장에게 좀더 규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축구계 인사들도 있다. 프로축구 선수들의 국제적 조합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유럽지부 회장인 필리프 피아트는 선수 이적료의 상한선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급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 등을 데려올 능력이 있는 클럽은 네다섯 개밖에 되지 않지만 이렇게 재주 있는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팀에 결정적 어드밴티지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적료를 예로 들어 최대 1천만 유로 정도 제한한다면 더 많은 클럽에서 스타급 선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미셸 올라스 ECA 재무위원회 공동대표이자 올랭피크 리옹의 구단주는 동일한 맥락에서 선수들의 연봉과 선수 이적시 에이전시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규제하자고 제안했다. 축구클럽 수입의 평균 3분의 2를 잡아먹는 비용이다. 프로축구 선수시장을 개방한 보스만 판례(8)로 선수들의 몸값은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올랐다.

플라티니 회장도 이적료와 연봉을 제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위반한 클럽에 대한 '제재' 차원이다. 게다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1년 1월 스페인 출신 페르난도 토레스가 5800만 유로를 받고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는 안드룰라 비실리우 스포츠 담당 유럽집행위원은 선수 이적 관리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9) 유럽연합(EU) 보완성 원칙 때문에 "축구클럽의 재무 상태를 제대로 관리할 필요는 인정하지만, 각국 스스로가 자국의 법률적 전통과 스포츠계의 관례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불평등을 해소하자는데도 비개입주의만 앞세우는 유럽집행위원회라니….

글•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언론인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ABC>, 마드리드, 2012년 4월 5일.

(2) <엘문도>, 마드리드, 2012년 3월 15일.

(3) <라레푸블리카>, 로마, 2011년 1월 24일.

(4) 코크시티 FC(아일랜드공화국), FK 베트라(리투아니아), 포츠머스 FC(영국), FC 로코모티브 아스타나(카자흐스탄), 이 네 팀이 제적됨.

(5) <레퀴프>, 파리, 2011년 3월 18일.

(6) 2010·2011 시즌 출전국에 분배한 총액.

(7) <르몽드>, 2005년 2월 22일.

(8) 유럽사법재판소는 로마조약 제48조 가입국 간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 조항에 의거해 1995년 12월 15일자 판결을 통해 EU 출신 외국인 선수의 쿼터제에 종지부를 찍었음.

(9) '안드룰라 바실리우, 축구선수 이적료에 충격받아', www.euractiv.com, 2011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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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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