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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가 빚어낸 정치 참극
성공신화가 빚어낸 정치 참극
  • 성일권
  • 승인 2016.07.0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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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정권은 차치하고라도, 박정권의 부조리와 무능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제1, 2야당이 요즘 하는 짓을 보면 자꾸 쓴 웃음이 나온다. 워낙 강고한 부정부패의 돈 고리로 엮어 있는 여당에게야 애초에 기대가 되지 않지만, 새 정치를 모토로 내건 야당들의 젊은 피에겐 나름 기대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피는 ‘나쁜 피’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인척들을 보좌관이나 비서관, 인턴으로 채용하고, 업체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챙기고, 그러고도 뭐가 문제인지를 잘 몰라서 관행을 들먹이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나쁜 피가 정당 체질개선을 위해 수혈된 것은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국민의당의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이 남긴 사퇴의 변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앞으로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니,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는다면, 어떤 성격의 정권이 될까? 창업한 지 몇 년 만에 자본금을 수천 배로 뻥튀기할 정도로 탁월한 벤처사업가 출신의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시험이라면 뭐든 1등이었다는 ‘목포천재’ 천정배 전 대표가 그려낼 집권 청사진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더불어 민주당의 집권 청사진도 궁금하다.
이렇게 말로는 궁금하다지만, 혹시 만에 하나 이들이 집권했을 때의 모습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 동안 이들 정당의 지도부가 보인 행태는 분배보다는 성장, 일자리 나누기 보다는 청년 창업, 노동보다는 성공신화, 고용안정보다는 구조조정 등 새누리 유사 정책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인물들만 골라서 지역이나 비례공천에 포진시켰다. 오랫동안 간직한 사상과 철학, 사람 됨됨이를 따지기 보다는 단기간의 성공신화를 중시하는 바람에 이들 정당에는 유권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당다운 전략이나 정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대로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질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 어쩌면 제2,3의 ‘젊지만 나쁜 피’들이 권력자의 등 뒤에 붙어 호가호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철수·천정배 의원에게 정치학개론이나 정당정치론을 읽어보길 청하고 싶다. 왜 정치를 하고, 왜 정당정치가 필요한 건지 묻고 싶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광화문거리의 세월호 천막을 비롯해 노량진 취업학원과 새벽 인력시장을 홀로 다녀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성공신화의 허위를 벗겨내길 바란다.
이제야 막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던 한국의 정치 풍향계를 순식간에 우향우로 돌린 안철수 전대표의 정치적 ‘참극’에 안타까움을 건넨다. <르 디플로>7월호 1면에 실린 ‘좌파정당의 자기파괴’ 기사를 소위 ‘개혁’을 부르짓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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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