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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들이 외계인이라면
차라리 그들이 외계인이라면
  • 성일권
  • 승인 2016.07.29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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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외계인이 아닐까? 어쩌면 뱀파이어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드배치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구에는 안 된다는 정치인들이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법을 교란한 엉터리 법무 관료들이나, 연간 1조원이 넘는 막대한 군납 비리로 제 재산만 늘리는 데 혈안이 된  ‘군바리’들이나, 생리적 배설을 위해 젊은 여자들에게 수천만 원을 뿌리면서도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자신의 어린 노동자에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재벌 총수나, 2년 동안 운전수 61명을 갈아치우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재벌 3세나…, 그들의 피부와 혈액, 두뇌를 깊이 들여다보면 분명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유형이 아닐 것이다. 지구촌에 사는 대부분의 ‘우리’는, 공동체의 평화로운 지속가능성을 위해 서로 약속한 규율을 지키려 노력하고, 가정과 직장, 학교, 이웃, 나아가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지켜나간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러한 약속들을 비껴간다. 
그들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고도 압축성장이 낳은 변종인류이거나, 어쩌면 세기말적 말세론의 예언대로 화성이나 목성에서 궤도 이탈한 외계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불치병 환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충실한 하수인이었던 한 친구가 무심결에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온 그들의 진심을 뱉어버렸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그들의 혈액과 체온은 우리(와 우리의 친구인 개)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우리의 선명한 피와는 달리, 그들의 피는 ‘황금색’이며, 인간의 맑은 피와 살과 땀, 숨결을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은 한 재벌 총수의 은밀한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에서 그는 “키스해줘서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번역기로 돌리면, 이 말은 ‘너의 숨결로 충전할 수 있었다’가 아닐까?). 우리의 체온은 36.5℃ 안팎이지만, 그들의 몸은 수은주로 잴 수 없을 만큼 아주 차갑다. 한마디로 냉혈한이다. 병석에 누워 저체온치료법 같은 그들만의 치료법에 힘입어 원하는 대로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의 특집기사 ‘인간, 외계인, 동물’은 인간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 인간과 동물의 경계, 그리고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인간 밖의 생명체인 외계인들과의 교감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라 할 만하다. 우리 인간을 ‘개돼지’로 간주하는 ‘그들’이 혹시 진짜 외계인이나 뱀파이어, 혹은 변종인류는 아닌지, 혹은 외계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보는 기획이기도 하다.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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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