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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S8 유저의 ‘붉은색 공포증’, 누가 이들을 ‘액정 뽑기’에 떠밀었나
삼성 갤럭시S8 유저의 ‘붉은색 공포증’, 누가 이들을 ‘액정 뽑기’에 떠밀었나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4.1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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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갤럭시 S8’이 붉은 액정으로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은 기기 오류가 아니라며, 색상 톤을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하게 해결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아편의 원재료이기도 한 붉은 양귀비꽃.
 

현대인은 소비사회에 잠식된 지 오래다. 사실상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며, 누구나 완전품을 기대하고 돈을 지불하고 재화를 얻는다. 소비자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불량품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 회사는 AS센터 혹은 ‘고객만족실’이라는 이름의 기구를 운영한다. 가령, 새 컴퓨터를 구입해 처음 모니터를 켰는데, 분홍빛 화면으로 모든 것이 디스플레이 되고 있다면, 이것을 불량이라 보고 제조회사나 AS센터에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대다수가 ‘분홍빛이니 예뻐서 좋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 ‘갤럭시 S8’이 '붉은 액정'으로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은 기기 오류가 아니라며, 설정 메뉴에서 색상 톤을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하게 해결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용자 커뮤니티 내 ‘액정 뽑기’‧‘벚꽃 에디션’이라 비난, 불만 폭주


삼성, 자신만만 “입맛 따라 톤 조정하면 되는 문제” 

 
 
삼성전자의 ‘갤럭시 S8’의 예약판매가 사상 최초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S8’과 ‘갤럭시 S8+’를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오늘(15일) ‘갤럭시 S8’의 개통 1호 고객 탄생을 축하하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이미 삼성의 새 전략 스마트폰을 수령한 사용자의 ‘인증샷’도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갤럭시 S8에 대한 관심만큼 ‘붉은 액정’에 대한 게시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17일 갤럭시 S8 븕은 액정 문제로 세 번째 교품증(제품 교환 증서)을 받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 번째 휴대폰 전원을 켰지만 역시나 붉은 액정이었다. AS센터와 대리점을 오가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만, 네 번째 휴대폰도 ‘완전품’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해탈’ 수준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B씨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커뮤니티에 ‘액정 뽑기’ 잘된 것 같냐는 게시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게시판에 올린 갤럭시 S8 모습은 붉은 액정이었고, 여지없이 ‘교품하세요’, ‘사쿠라(벚꽃) 폰’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B씨의 다음 페이지에서 C씨는 ‘그라데이션 폰’이라며 자신의 폰을 소개했다. 화면 전체는 붉은 기가 돌고 엣지 주위는 흐린 파란색이 돌고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C씨 외에도 휴대폰의 상‧하단 혹은 엣지 주위에만 유독 붉은 기가 많이 돈다는 이용자를 찾아볼 수 있었다.


붉은 액정, 갤럭시S 시리즈 AMOLED와의 상관관계
 
붉은 액정과 관련한 문제는 삼성전자 휴대폰에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갤럭시 노트7’에서 먼저 제기됐지만 배터리 발화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붉은 액정 원인은 디스플레이 설계에 따른 현상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갤럭시S 시리즈에 채택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의 고질적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도 AMOLED의 붉은 색조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되어 왔었다.

AMOLED에는 1개 픽셀 당 적녹(RG)과 청녹(BG) 2개의 서브픽셀을 촘촘히 번갈아 배치하는 ‘펜타일’ 방식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용 LCD에는 1개 픽셀에 적(R), 녹(G), 청(B) 3개의 서브 픽셀을 모두 넣는 것는다.) 1개 픽셀에 3원색을 넣어 색을 내는 기존 LCD와는 다르게 아몰레드 화면에서 색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2개 이상 픽셀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두 픽셀에 포함된 서브 픽셀 4개 중 적(R)과 청(B)은 하나씩인데 녹(G)은 2개여서 전체 색의 균형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G와 BG 픽셀을 겹쳐 쓰는 대신 적색을 강화한 '딥 레드' 아몰레드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색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딥 레드’란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색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 같다”며 “대량 생산을 서두르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추측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색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딥 레드’란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색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설정 메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색깔 톤을 조절할 수 있다”며 “다시 셋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기기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한 “엣지 부분의 경우, 정면이 아닌 측면이기 때문에 시야각에 따라 색감차이 있을 수 있다”며 “만약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AS센터를 이용하라”고 답변했다.
 
다음날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는 “슈퍼아몰레드 특성상 미세한 색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며 곡면부는 시야각에 따라 색감차이가 있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날 이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AS센터 기사 D씨는 “‘색상최적화’ 메뉴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알고는 있다”고 답변했지만 “‘붉은 액정’ 휴대폰을 의뢰받은 적 없어 잘 모른다.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검증된 대로 대처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내려온 게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 AS센터 기사 E씨는 “붉은 액정 현상은 제조과정에 따라 기기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색감 문제를 예상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본사에서 처리 메뉴얼 공문이 내려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붉은 액정’ 현상을 사용자가 채택할 수 있는 휴대폰 ‘톤(tone)’, 필터 효과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붉은빛을 좋아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붉은 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색상최적화’ 메뉴에서 조정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의 화면 상태가 되지 않고 있다.

관용어 중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최고 수뇌부의 동태와 이번 갤럭시 S8의 붉은 액정 논란에 대한 대처는 닮아 보인다. 손바닥으로 붉은 액정을 비롯한 그 모든 것들이 가려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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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