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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대장 김창수’ ― 죽음과 삶, 두려움과 희망의 경계에서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대장 김창수’ ― 죽음과 삶, 두려움과 희망의 경계에서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7.10.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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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 10월 19일 개봉

1. 시대극과 <대장 김창수> 

천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17편 중 한국영화는 14편이다. 한국영화 중에서 1위 <명량>(2014), 7위 <암살>(2015), 8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14위 <왕의 남자>(2005)처럼 시대극영화가 4편이나 차지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20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시대극이 많았지만, 흥행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대립군>(83만 명), <박열>(235만 명), <군함도>(659만 명)가 개봉하였으나 저예산으로 만든 <박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였다. 최근 개봉한 <남한산성>(2017)도 초반에는 상승세였으나 관객 평가에서 호불호가 갈리면서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장 김창수>(2017)가 오는 10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대장 김창수>는 드라마 <시그널>로 연기 호평을 받은 조진웅이 주연하고 송승헌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에서 대장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17년 최고 기대작인 <군함도>가 역사인식 논란 등으로 인해 역풍을 맞은 것처럼, <대장 김창수>도 개봉 전부터 백범 김구의 치하포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어 기대반 우려반인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김창수의 사적·공적 갈등과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하드바디/소프트바디와 지주/소작인의 갈등
 
<대장 김창수>에서 사적 갈등은 김창수(조진웅 분)와 고 진사(정진영 분)의 갈등, 김창수와 마상구의 갈등이 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창수와 고 진사의 사적 갈등은 무인(장수)/문인(진사), 하드바디/소프트바디, 분노/관용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고 진사가 죄수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밖으로 연결되는 창고에 버리는 모습을 김창수가 목격한 후 두 사람은 갈등한다. 고 진사는 “가장 비참한 건 죽음보다 삶이 더 못한 것”이라며 죄수들의 저마다의 사정을 이해할 것을 당부한다. 나중에 고 진사가 사형을 당하자 김창수가 고 진사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창고에 버리면서 눈물을 흘린다. 사고로 죽게 된 시신들을 밖으로 버리지 않고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김창수를 비롯한 죄수들이 “시신들 밖으로 못 나간다!”는 복창과 함께 팔짱을 끼고 집단행동을 한다. 그들은 간수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소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지만, 끝까지 버텨 마침내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이후 김창수는 시신을 버려왔던 바로 그 죽음의 장소, 즉 밖으로 연결되어 있는 창고를 통해서 탈옥하게 된다. 
 
이렇듯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겠다는 김창수와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지만 버텨야 한다는 고 진사의 갈등은 김창수로 하여금 죽음과 삶을 모두 받아들이게 만들고 결국 죽음이 삶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무력적인 충돌만 고수하던 초기 입장을 버리고, 죄수들과의 집단 연대, 글공부를 통한 교육, 섬세한 지략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죽음의 문제로 촉발된 고 진사와의 갈등과 화해로, 김창수는 일본에 대해서는 분노하는 하드바디이지만 같은 민족에게는 관용적인 소프트바디로 변모한다. 
 
 
 
김창수와 마상구(정만식 분)의 사적 갈등은 밥 문제와 글 문제를 중심으로 양반/평민, 지주/소작인, 지식인/노동자라는 계층 갈등을 보여준다. 우선 밥 문제이다. 김창수가 신체검사를 거부함으로써 모든 죄수들이 3일간 배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후 그는 재판 때까지 식사를 거부하다가 쓰러진다. 마상구는 죄수들에게 피해를 끼친 김창수에게 분노하여, 계속해서 김창수에게 시비를 걸며 몸싸움을 하다가 밥을 같이 먹게 되면서 화해한다. 나중에 김창수는 간수에게 조건을 걸어 죄수 양원종의 환갑상을 차리게 하고 소장에게 음식을 제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으로 글 문제이다. 지주가 소작인 딸을 겁탈하려는 것을 막으려다가 억울하게 살인죄 누명을 쓰고 감옥소로 들어온 마상구의 사연을 듣고, 김창수는 마상구의 감면서를 작성해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죄수들도 감면서를 부탁하기 시작하면서, 감옥소에서 유일하게 글을 아는 김창수와 고 진사 두 사람이 감면서를 써주기 시작한다. 이후 김창수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데 마상구가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마상구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던 김창수는 밥과 글을 공유하게 된다. 처음에 자신이 교사가 되어 다른 죄수들을 학생처럼 가르치지만, 나중에 청년죄수인 김천동(이서원 분)을 비롯한 죄수들이 고종에게 탄원서를 제출함으로써 김창수를 구제하게 되면서 증여자와 수여자가 전도된다. 김창수가 마상구와의 교감을 통해 계층갈등이 해결되고 죄수들의 의식주와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죄수들의 연대가 이루어지게 된다. 
 
 
 
3. 경제적/생태적 인간, 명령하는/복종하는 신체의 갈등
 
공적 갈등은 김창수와 강형식 소장(송승헌 분)의 갈등, 김창수와 간수의 갈등으로 이루어진다. 
 
김창수와 강형식 소장의 공적 갈등은 생태적 인간과 경제적 인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인간, 원한의 인간, 명령하는 신체인 소장은 죄수들의 의식주에 대한 통제로 죄수들을 복종하는 신체로 만든다. 하지만 소유하려는 강박관념을 보이는 경제적 인간인 소장에 대항해 공생과 자유를 대변하는 생태적 인간인 김창수는 복종하는 신체가 되기를 거부한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를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소장은 능력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리적인 듯 보이는 근거를 제시한다. 김창수는 “해야 해서 하는 거야”라는 답변으로 당위성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결국 소장이 일방적으로 정한 능력의 한계치를 뛰어넘게 된다. 
 
김창수의 반발로 인해 의식주에 대해 소장이 행해오던 모든 명령과 통제에서 벗어나 변이가 된다. 우선 옷 문제이다. 김창수는 이영달 간수의 배려로 낡고 허름한 죄수복을 벗고 어머니가 갖다 준 깨끗한 흰 한복을 입고 사형 집행장으로 가게 된다. 다음으로 밥 문제이다. 신체검사를 거부하는 김창수로 인해 화가 난 소장이 전체 죄수들의 배식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후 김창수는 자신이 스스로 밥을 거부한다. 그리고 죄수들과의 집단행동을 통해 소장에게 배식 지급을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킨다. 마지막으로 집 문제이다. 소장은 김창수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독방에 가둠으로써 신체를 구속한다. 하지만 김창수는 탈옥함으로써 이러한 통제를 벗어난다. 
 
 
 
김창수와 이영달 간수(유승목 분)의 공적 갈등은 글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일어나며, 글로 삶을 성취하고, 죽음에 대한 속죄로 탈옥을 돕는 등 글과 죽음은 서로 연결된다. 이런 과정에서 간수는 김창수를 비롯한 죄수들에 대해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변모함으로써, 죄수들과 소장 사이에서 갈등함으로써 복종하는 신체에서 벗어나 가면을 쓰는 연기하는 신체가 된다. 
 
우선 글 문제이다. 이영달 간수는 마상구의 감면서를 받지만 묵살해 버린다. 그는 김창수의 필력을 보고는 다른 간수의 토지대장 대필에 추천하여 김창수가 죄수들에게 글공부를 시키는 것을 수락하게 된다. 그는 소장에게 들키지 않게 글공부의 흔적을 지우고, 나중에 죄수들에게 탄원서를 작성하게 하여 김창수가 살아날 수 있게 도와준다. 
 
다음으로 죽음 문제이다. 간수들은 사형을 앞둔 고 진사와 김창수를 조롱하고, 이영달 간수는 탈옥한 죄수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이영달 간수는 무너진 공사장 현장에 깔려 있는 자신을 구하고 마상구가 죽게 되자 마상구의 감면서를 보며 괴로워한다. 이후 이영달 간수는 죄수들의 탄원서를 고종에게 전달하여 김창수의 목숨을 구하고, 김창수와 죄수들이 탈옥할 수 있게 다른 간수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소장의 비리를 밝힐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해 소장이 체포되게 만든다. 또한 젊은 간수 최윤석(곽동연 분)도 김창수가 창고를 통해 탈옥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눈감아 준다. 
 
 
 
4. 개인적 탈주 대 집단 권력
 
<대장 김창수>는 할리우드영화 <쇼생크 탈출>(1994)과 내러티브와 스타일 면에서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이 간수들의 회계 업무를 도와준 대가로 죄수들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방송실 문을 잠근 후 오페라를 틀어 감상하게 하고, 소장의 불법 회계를 도와주고 죄수들의 일상적 복지를 요구하는 한편, 회계 비리를 폭로하여 소장이 자살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대장 김창수>에서도 김창수가 간수들의 토지대장 대필을 도와준 대가로 받은 양원종의 환갑상으로 죄수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며, 소장에게 요구하여 노역을 할 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고, 노역에 참여하는 대가로 죄수들의 일상적 복지를 요구하는 한편, 소장의 불법 자료를 빼내어 체포되게 만든다. 
 
또한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탈옥한 후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하이앵글숏과 마찬가지로 <대장 김창수>에서도 김창수가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는 하이앵글숏이 나오고 있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말하는 앤디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희망이 김창수에게도 나타난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쇼생크 탈출>은 앤디의 개인적인 탈주가 그려지는 반면, <대장 김창수>에서는 대장 김창수를 필두로 집단권력을 형성해 자신들의 권익과 생존을 확보한다. 이 밖에도 강형식 소장이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걸어 나가는 장면은 히치콕의 <스펠바운드>(1945)를 연상시키고, 황혼이 물드는 지평선 위에서 죄수들이 노역하는 것을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장면은 천 카이거의 <황토지>(1984)를 생각나게 만든다. 
 
 
 
5. 시대극 영화와 배우 캐스팅
 
<대장 김창수>는 죽음과 삶, 두려움과 희망의 경계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제작사의 홍보 문구처럼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사형수이자 가장 낮은 곳에서 모두의 대장이 된 인물’인 김창수(백범 김구)의 사적 갈등과 공적 갈등이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김창수가 신념으로만 가득차 있을 뿐 내적 고뇌와 갈등은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김창수는 존경스럽고 훌륭한 영웅이지만,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고 동일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대장 김창수>에서 조진웅은 김구와 외견상 유사하며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 20대의 김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20살이나 많은 40대의 조진웅을 캐스팅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영화는 대형 스크린에서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실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이러한 캐스팅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민족의 영웅을 표현할 만한 젊은 연기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고충은 이해하지만, 캐스팅에 대한 노력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대장 김창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54353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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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영화평론가)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