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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항서 대한항공 ‘패닉’, 50년 노하우대신 탑재된 ‘미숙함’
새 공항서 대한항공 ‘패닉’, 50년 노하우대신 탑재된 ‘미숙함’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8.02.0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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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4일 연속 승객 짐 1600여개 ‘미탑재’ 상태로 이륙
노조‧업계 “한국공항 인력부족 원인…수하물 사고 예견된 일”
 

인천공항 측 “BHS 이상 無, 시스템~항공기 수하물 운반은 한국공항 역할”
대한항공‧한국공항 “예상보다 물량이 多” “초반이라… 적응 안 돼”

 


대한항공과 그 자회사 한국공항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재하청 노동자의 작업장 내 사고와 비인간적인 노동 행태(관련기사 : 대한항공, '원청의 품격'…재하청 주고 노동자 사고 ‘나 몰라라’)로 언론과 여론의 지탄을 받더니, 불과 며칠 전에는 승객 짐 1600여개를 4일 연속 싣지 않고 출발해 또다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논란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이에 끼었다. 어디에서 착오가 발생했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채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지난 18일 개장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개장 당일을 비롯해 19일, 20일, 21일, 나흘 연속으로 승객 짐 1600여개를 싣지 않고 출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와 대한항공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 노조는 인력 부족을 사고 주원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측은 조업사를 추가 배치하는 등 인력 충원에 신경 썼다며 오히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미적응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이용한 승객은 약 22만 명이었고, 수하물은 약 20만 개에 달했다. 대한항공·델타·에어프랑스·KLM 등 4개 항공사가 이 공항 터미널을 사용했으며, 전체 이용객 중 95%이상이 대한항공 탑승객이었다.
 
당시 대한항공 항공기 수하물을 담당하는 한국공항 수하물 직원은 100여 명 정도에 불과했고, 이들이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까지 맡아야 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공항 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인 화물 터미널이나 물류창고의 경우만 해도 첫 오픈을 하게 되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데, 공항 여객터미널이 새로 개항하는 과정에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진작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항은 새 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수하물 사고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채용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번과 같은 수하물 사고를 막기 위해서 대략 300명 정도의 인원이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대한항공 지상조업사는 짐 실을 수 있었나

사고 초반 사고발생 원인에 대해 대한항공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간의 진실공방이 벌어졌었다. 대한항공 측은 19일 언론인터뷰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오작동으로 환승 수하물을 인식하지 못해 수하물 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신규 채용한 공사 측 보안직원들의 업무 미숙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공사 측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사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며 BHS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한다. 대한항공측 지상조업사 일처리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대한항공 지상조업사가 항공기에 수하물을 제대로 실었는지가 이 사고 원인을 들춰내는 데 쟁점이 됐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때인 지난 30일, 본지는 한국공항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그리고 대한항공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초반에 보도된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업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물량이 많아서 핸들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맞고, 당시 비상인력으로 30명을 추가했다”고 답변했다. BHS 오작동에 대해서는 사고원인을 들지는 않았으나, 이 문제에 대해 공사에 문의하는 것을 권유했다.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관리하는 시스템(BHS)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시스템 다음 단계인, 시스템에서부터 항공기까지 수하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공항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초반이라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고 지금은 안정단계”라며 “지상조업사 추가 배치했었고 당시 (공항이) ‘전반적으로’ 우왕좌왕 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대한항공, 50년 노하우는 어디에…잃어가는 승객 신뢰
 
▲ 대항항공의 창업 이념은 ‘기업은 곧 인간’이다. 대한항공은 1972년 당시 최신 기종인 미국 보잉사의 B747 점보기와 에어버스사의 A300기종 6대를 구매하여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이번 수하물 사고와 자회사 한국공항 직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승객이 등을 돌릴만한 이슈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인테리어 비리’ 의혹으로 공분을 샀고, 엔진 등 기체결함으로 지난해만 수차례 회항했으며, 기내난동 대처 미숙 논란과 성차별 광고, 부기장이 승무원 숙소 무단 침입 성추행, 그리고 피해자가 징계요구 후에나 조치하는 등 다양한 이슈들이 터졌다. 불과 지난 28일에도 인도 델리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이상으로 회항했다.

대항항공의 창업 이념은 ‘기업은 곧 인간’이다. 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뜻할 것이다. 세계 10대 항공사 중 8위로 선정된 대한항공은 지금도 비상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 중심에 사람을 두고 있는지는 기업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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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