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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문화톡톡] 소통(Communication)의 방식
[이인숙의 문화톡톡] 소통(Communication)의 방식
  • 이인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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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생을 소통을 하며 산다. 소통을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고 발전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설득하고 공감하며 반응한다. 소통은 인간의 특성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능력뿐 아니라 창조하고 분석하는 능력, 소통의 패턴을 바꾸는 능력을 가진다. 우리가 창조하고 유지하고 있는 소통은 삶의 한 부분이다 예술이나 놀이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인간의 사회 생활의 목적은 단순히 생존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적 가치와 윤리, 전통, 명예, 책임감 등을 중시하며 사회 공동체를 구현해 나가기 위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오미영, 정이숙: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통해 (언어, 문자) 소통(말하다. 듣다. 쓰다. 읽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하는 사람은 느끼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정리하여 생각을 말하며 마음을 전달한다.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소통은 일방적이지 않다. 전달하고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며, 설득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소통은 언어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말 없음, 표정, 눈짓, 외모, 행동 및 특징 등이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 하는 경우가 있다. 즉 비 언어가 훌륭한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비언어적 방법은. 규정적이고 세세한 의미를 전달할 수 없는 대신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언어를 초월한 이미지, 상상력이 각 사람들에게서 다양하게 형성 될 수 있다. 언어가 상징적 기호라면 비언어적인 표현은 인간의 자연발생적인 행동이다. 말하는 행위가 표현의 한 방법인 것처럼 나를 표현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비 언어적인 방법 즉, 몸짓, 표정, 제스처/ 음성의 어조, 강약, 고저/ 패션, 지위를 나타내는 심볼/ 무용, 음악, 마임(mime)/ 감정의 흐름, 물리적 거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언어의 표현은 각기 달라도 비언어적인 표현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경우가 많다.

 

섬으로 가는 사람들

어쩌다 지인들과 모임이 있는 경우가 있다. 어렵게 시간을 내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기대가 된다. 그러나 만나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어설프다. 같은 장소에 같이 모여 있으나 서로 각자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요즘 분위기인 것 같다.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각자 핸드폰에 집중한다. 전화를 받거나 SNS를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 애써 모여 각기 다른 일을 해야 하는지 형용키 어려운 찹찹함에 마음이 무겁다. 서로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러 나온 사람들처럼 생사 여부의 확인절차가 끝나면 핸드폰이라는 섬으로 들어가 아이러니 하게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그 현장에서는 서로 대화를 이어가기가 정말 어렵다.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같이 있지만 각자의 마음과 생각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있으니 같이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

 

섬으로 가는 사람들

 

현대사회에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한 소통은 이제 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가 아닌 기계를 통해 대화하고, 확산하고 공유한다. SNS는 편리하고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언제 어디거나 즉각적으로 제공하며 실시간, 쌍방향 상호작용과 다량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한다. 수많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발전되어 거대한 집단 지성을 형성하였고 계속되고 있다. 이제 연구하고 공부하는 시대가 아닌 검색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유용한 소통방식과 기술은 도리어 예술로의 소통은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대량의 정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받고 보낼 수 있는 효율적인 소통방법은 공연장이나 전시관으로의 관심과 발길을 멀어지게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2,30대들은 핸드폰이 가까이 없으면 불안하고 업무처리나 채팅 등 문자나 영상 사진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전화를 받거나 거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폰 포비아(phone Phobia)가 출현하고 반대로 스마트문화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신문맹(新文盲)층의 대두도 심각하다.

 

소통한다는 것

같은 국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소통은 어렵다. 이해 관계의 충돌로 야기되는 소통의 부재, 문명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되는 사회격차, 세대 간, 문화 간 의식 및 가치의 격차 등 소통은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 지고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의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점점 더 이질화가 심해지는 것 같다.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슬그머니 핸드폰으로 검색도 해본다, 그럴 때면 한국어 사전이 새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도 든다.

말이 안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은 너무 과정 된 것일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대화보다 법이 앞서는 사회, 말은 그저 삶을 유지하기 위한 1차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도구? 말이 안 통하는 것이 아니라 뜻이 안 통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종어, 변형어, 합성어, 외래어, 단축어 등 도통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더욱이 각자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말을 하는 것에 더 열심인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이야기만 선택적으로 듣게 되는 것, 소통이 없는 세상. 우리 사회나 정치나 주변에서나 다들 다른 방향에 대고 누구에게 인지도 모르는 대상을 향해 처절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 같다.

 

예술(춤)로의 소통

소통은 그래서 현대 사회에 더욱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다. 그 사회구성원인 언어 사용자 간의 협의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소통은 어렵다. 대화에서 단어들을 사용하는 규칙. 어법, 상징성 등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 문자는 정보 시대의 매체이다. 미래학자 옌센(Jensen,R)은 미래 사회는 감정적 요소와 상상력이 중요시되는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고 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성 중심적인 패러다임에서 감성 중심적인 패러다임으로 접어들었음에 주목했다. 태초의 소통 수단은 몸짓, 그림, 음성이었다. 그림은 구석기 시대의 벽화에서와 같이 기억과 정보를 저장하려는 시도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 해 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와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문자보다 영상, 이미지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예술 또한 시대를 초월하는 중요한 소통방법의 하나로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고 각 시대의 문화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왔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심미적이라거나 창의적이라거나 표현해 내는 것들이 절묘하다거나, 작가정신이 살아있다 등의 감상으로 가치를 담는다. 그러나 그 예술작품이 가치가 있는 것은 작품을 통해 시대를 공감하고 문화적 인식을 같이하고 미적 취향에 동의하며 그것을 서로 인정 받고 인정하는 소통이 이루어 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춤은 특히 무대에서의 춤은 전통적인 스토리나 혹은 소설, 동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면 이해도 동의도 공감도 어렵다고들 한다. 그것은 춤이 가지는 모호성도 있겠지만 언어와 같이 사회적으로 정해진 약속이나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용언어에 대한 해석의 표본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렵거나 모호하게 보여 질 수 있다.

춤은 몸을 통해 표현하는 예술이다. 우리는 그저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성별, 대략적인 연령, 신분, 성격 등 그리고 걸음거리나 특이한 몸짓을 통한 그의 상황을 인식할 수도 있다.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 지는 것이다. 춤은 우리가 생활에서의 느낌과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을 움직임의 언어로 함축하고 상징하고, 과장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특히 그 동작은 멈추거나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감정과 느낌을 몸으로 싣고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소통도 배우고 알고 경험하고 공유하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처럼 언어를 초월한 움직임의 자극은 풍부하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느끼는 것에 대해 자유로워지며 폭이 넓어지고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

인터넷의 발달과 핸드폰의 일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고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감성으로 체험으로 언어 이상의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소통언어를 구축하는 것 이 또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아닌가 한다. .

21세기 정보화 혁명은 많은 상황을 바꿔놓았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었던 인쇄술과 더불어 나타났던 활자 매체의 패러다임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만드는 새로운 매체 환경으로 전환되었다. 현대는 시각적, 감성적 메시지가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사회 또한 영상 및 이미지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다.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새로운 개념, 새로운 가치들이 현대 문화의 빠른 변화와 발전 속도를 주도하고 영역과 경계를 허물며 규모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공급자와 수용자의 역할이 분명했던 과거의 공연문화 소비방식에서 영상정보문화 소비환경으로의 전환은 예술계 내, 외부의 노력과 변화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필요하다 하겠다. 예술은 예술적 소통방식으로 소통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과 창의력, 감성과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확신과 가치를 이 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 춤은 춤이 가지는 특수한 소통 방식을 통해 교류하고 교감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소수나 특정계층을 위한 일방통행 식 소통이 아니라 이 시대적 요구와 필요에 맞는 소통 채널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에디슨과 라이트 형제는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보다 세계를 변화시키는데 더 많

은 기여를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힘보다 더 큰 영향력으로 인류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전공. 현재 청주대학교 연출제작학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북경수도 사범대학교 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 부학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이사,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청주시 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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