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 형형색색의 꽃잎을 흩뿌린 파스타. 눈코입이 모두 즐거운 ‘플라워 와인바’는 오늘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분홍의 벽과 기둥은 공간을 아늑하게 감싸고, 호수처럼 일렁이는 천장에 다정한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비친다. 파란 카네이션을 건넬 때, “고마워요”. 와인잔을 부딪치며 또 한 번, “축하해요”.
잔을 흔들면 감미로운 자스민, 라벤더 향이 퍼지고. 부드럽게 출렁이는 레드 와인의 빛깔은 어린 장미를 닮았다.
그러고 보면 와인과 꽃에는 공통점이 많다. 달콤한 향기뿐 아니라 아름다운 색,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 진심이 오간다는 점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와인에도 꽃말을 붙여서 전한다면 어떨까? 향기 가득히 마음을 담아,
축하해, 고마워, 수고했어, 사랑합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꽃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꾸까’의 박춘화 대표입니다. 꾸까는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꽃 구독 서비스, 플라워 클래스, 조향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테라스 꾸까>는 인테리어부터 메뉴, 와인 라인업까지 저희의 정성을 들여서 운영하는 플라워 와인바입니다.”
플라워 와인바라니, 과연 어디로 눈을 돌려도 꽃이 보이네요.
“꾸까는 핀란드어로 ‘꽃’이라는 뜻이에요. <테라스 꾸까>는 ‘꽃이 있는 테라스’ 정도가 되겠네요. 컨셉에 충실하게 인테리어를 했죠. 저희는 전문 플로리스트가 상주하며 레스토랑 곳곳의 식물을 관리하구요, 꽃집도 겸하고 있어서 입구 한편에 선물용 꽃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플로리스트가 테이블을 꾸며주는 코스도 예약하실 수 있는데요. 작은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손님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인테리어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곳곳에 독특한 연출도 눈에 띄는데요.
“창밖에 작은 궁궐 같은 건물을 보셨나요? 서울 문화재인 ‘경복궁 동십자각’이에요. 이중창 사이 넓은 공간을 꽃으로 채워 넣어서, 마치 꽃밭의 누각 같은 풍경이 펼쳐지죠. 벽과 기둥에는 분홍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로맨틱한 느낌을 주었구요. 천장은 개방감을 위해 거울을 사용했어요. 울룩불룩한 거울을 통해 비치는 모습은 신비하고 오묘하죠. 일렁이는 호수처럼요.”
하나하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네요. <테라스 꾸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이곳은 꾸까의 철학을 보여주는 쇼룸 같은 공간이에요. ‘꽃을 매개로 마음과 마음이 닿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거창한가요?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꽃을 정말 많이 주고받아요.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지만, 대뜸 표현하기는 어색하잖아요. 그러니까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그냥 퇴근할 때나 밥 먹을 때 꽃을 건네는 거예요. 마음을 전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다정한 문화가 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테라스 꾸까>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랬어요. 저희는 음식에 꽃을 넣을 뿐 아니라 와인에도 작은 꽃을 달아서 드려요. 그렇게 손님들이 즐거워하신다면, 저희의 마음이 닿은 거겠죠. 또 손님들이 꽃을 구경하며 좋은 음식과 와인을 나누다 보면 그들끼리 마음이 닿을 거예요.



혐오와 반목이 퍼지는 요즘, 위안이 되는 따뜻한 메시지네요. 그렇다면 왜 와인이었나요? 영감을 받은 사건이 있나요?
“글쎄요, 제가 평소에 와인을 좋아하고 즐겨요.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텐데, 와인 한 잔과 함께 대화 나누다 보면 서로 간의 벽이 확 허물어지는 순간이 오잖아요. 쑥스러움을 타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진솔한 사람이 되어 그간 못했던 말을 할 수도 있어요. 그 힘이 우리의 철학과 합쳐진다면 좋은 시너지가 나겠다 싶었어요.”

꽃과 함께 나오는 알바로 팔라시오스, 까민스 델 프리오랏
메뉴에 다양한 와인 라인업이 눈에 띕니다. 와인을 고르는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꽃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참 직관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딱 보고, “아, 예쁘다!” 하죠. 그래서 메뉴도 쉬운 음식, 쉬운 와인으로 구성하려고 해요.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도록. 한 모금 마셨을 때 그냥 “아, 맛있다!” 소리가 나오는 와인이요.“
추천하는 메뉴와 와인 페어링이 있다면요?
“메뉴를 총괄하는 저희 셰프(곽진욱)가 강력 추천하는 음식이 있어요. ‘미니코스 샐러드’인데요. 프랑스의 친구네 집에서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레시피를 전수받아왔다고 하네요. 미니코스(작은 배추를 닮은 유럽 채소)의 겉면을 토치로 살짝 구운 뒤 채소와 드레싱, 허브와 꽃을 올려내는 음식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꾸덕꾸덕한 까르보나라와 먹물 리조또도 좋아해요. 페어링할 와인이라면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DOW’S, FINE WHITE PORT)를 추천드려요. 이 와인은 포트 와인 특유의 달콤함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견과류, 허브, 생강을 연상케하는 다채로운 맛이 나요. 신선한 과일과 화사한 꽃의 아로마가 어느 요리와도 궁합이 좋아요. 토닉, 레몬과 함께 하이볼처럼 즐길 수도 있구요.”

마지막으로 방문객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세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 뒤 저희 어머니에게도 꽃 구독을 해드렸어요. 어쩌다 보니 주기적으로 꽃을 보내드리는 효자가 됐는데요(웃음). 제가 직접 고른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매주 드리는 건데도 매번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꽃은 우리를 쉽게 감동시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쉬운 마음으로 꽃구경 오시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희가 준비한 술과 음식과 함께, 그저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래요.”


* 해당 기사는 나라 셀라의 협찬으로 편집ㆍ제작되는 와인 매거진 6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글 김유라
사진 생동 스튜디오 @saengdong.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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