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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의 문화톡톡] ‘범죄와의 전쟁’이 초래한 역설, 범죄물의 범람과 부패사회에 대한 환멸적 각성
[이정옥의 문화톡톡] ‘범죄와의 전쟁’이 초래한 역설, 범죄물의 범람과 부패사회에 대한 환멸적 각성
  • 이정옥(문화평론가)
  • 승인 2025.03.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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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죄와의 전쟁’ 선포가 초래한 범죄물의 범람

「범죄와의 전쟁」은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대통령이 선포한 특별선언으로, 그 핵심 요지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국가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조직폭력배와 강력범, 마약밀매조직과 인신매매 등의 범죄와 폭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여 이를 소탕할 것이다.

둘째, 민주사회의 기틀을 위협하는 불법과 무질서를 퇴치할 것이다.

셋째, 과소비와 투기, 퇴폐와 향락 등으로 잃어버린 도덕을 다시 세워 일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노태우 정부는 “범죄의 전쟁 선포 이후 전국 200여 개의 폭력조직에서 700여 명이 구속되어 민생치안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흥미롭게도 「범죄와 전쟁」이 선포된 1990년대 중반부터 조직폭력배를 다룬 범죄물(crime fiction)이 폭증했다. 《모래시계》(1995.1.9.~2.16.)와 《야인시대》(2002.7.29.~2003.9.30.) 등의 TV 드라마는 안방극장이라는 특성상 조폭에 대한 미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조폭 영화’로 불리던 영화는 누아르(《초록 물고기》, 1997)와 코미디(《조폭 마누라》, 2001), 갱스터(《달콤한 인생》, 2005)와 비극적 스릴러 (《추격자》, 2007) 등 다양한 스타일의 범죄물로 확산됐다.

이처럼 범죄물이 갑작스럽게 범람했던 대중문화의 지각변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범죄물이 범죄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비춰주는 거울인 동시에 비리가 만연한 부패사회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의 환멸적 감성을 깨우쳐주는 각성제로 기능한다는 점에 있다. 범죄물이 지속적으로 범람하는 현상은 곧 대중문화 수용자들에게 불합리한 정치체제나 고루한 관습에 함몰된 무감각과 미몽(迷夢)에서 깨어날 수 있는 ‘환멸적 각성(disenchantment)’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의미의 환멸과 긍정적 의미의 각성을 결합한 환멸적 각성이란, 막스 베버에 따르면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통해 이성이 이끄는 계몽의 상태로 나아가는 실천적 행위이다. 물론 자기를 옥죄는 제도와 낡은 관습에 무지하고 무감각했던 자신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더라도, 단번에 미몽에서 깨어나 각성과 계몽의 경지로 직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환멸과 각성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지난한 반성적 성찰과정이 축적됐을 때, 비로소 합리적 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으며 불합리한 현실의 모순과 부당한 폭력성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

1990년대에 등장한 범죄물이 초기에는 미스터리한 범죄사건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범죄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범죄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한국 정치의 근원적인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환멸적 각성에 도달했다. 이런 맥락에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논들의 전성시대》(2012)를 재음미해야 할 필요가 있다.

 

2.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와 부패사회에 대한 환멸적 각성

2.1. 액자구조의 서사전략과 ‘외부 이야기: 범죄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당시 벌어진 사건에 기초한 픽션”임을 표방한 영화다. 이 영화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여타 조폭영화와 크게 다른 점은,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주제목과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라는 부제목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부패사회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폭력과 권력, 검은돈을 추구했던 ‘나쁜 놈’들이 살아남는 구조적 모순을 고찰한 서사전략에 있다.

 

범죄와의 전쟁 영화포스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제목은 마치 액자 속에 사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액자구조로 배치된다. 이런 서사구조에서 액자에 해당하는 외부 이야기는 내부 이야기의 근원과 그것이 진술돼야 하는 목적을 설명한다. 그 결과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라는 내부 이야기가 1990년 당시 실제로 벌어진 일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효과, 즉 개연성을 부여한다.

외부 이야기에 해당하는 도입부에서, 먼저 박정희 군사정부가 이승만 정권 시절에 활약했던 정치깡패들을 잡아들여 참회 시가행진을 벌였던 사진과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 장면 및 삼청교육대의 훈련 장면을 흑백 사진으로 제시한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생중계 뉴스와 ‘부산 조직폭력의 대부 최익현’이 수갑을 찬 채로 검찰에 검거되는 가상의 뉴스를 컬러로 중첩해, 1990년 당시 실제로 일어난 사건처럼 믿게 만든다.
 

정치깡패 참회 시가행진
정치깡패 참회 시가행진

이 가상의 뉴스가 전달하는 최익현의 죄목은 다음 세 가지다. 건설업계 대표 등을 위협하여 수십억 원을 강탈한 혐의,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산 모 호텔 업자 등을 납치·감금·폭행한 혐의, 부산 폭력조직의 실질적 두목으로 1987년 5월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와 의형제를 맺는 사카즈키 의식을 거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세력을 확산해 온 혐의.

이상의 외부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다음 세 가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첫째,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략 30년 동안 군사정권에서 폭력조직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민생치안확보’라는 미명 아래 시국치안을 강화하고 폭력을 합법화하며, 공권력을 휘둘렀던 1990년대 공안정국의 실상은 무엇인가?

셋째, 노태우 대통령이 선포한 바대로 과연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여 범죄와 폭력을 온전히 근절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 줄 만한 자료와 문헌 등을 참고하면, 각각의 궁금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 군사정권은 정치권력의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조직범죄에 대해 특별단속 조치를 실행해 왔다. 따라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범죄조직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되거나 새로운 조직으로 교체되는 방식으로 유지됐다.

둘째, 노태우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은, 통치력 부재와 정치부패 등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위기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자 그 책임을 은폐하고자 고안된 국면전환 용이었다.

셋째,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에도 각종 권력형 비리나 기업형 범죄 등은 눈감아줬을 뿐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을 담당한 강력부의 사건과 조직폭력배 단속도 별다른 성과 없는 전시효과에 그쳤다.

이같은 비판을 참조하면, 이 영화가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당시 실제로 벌어진 사건에 기초한 픽션”임을 표방한 목적이 선명해진다. 즉, 정치적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왔던 불합리한 정치체제와 부패한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폭로함으로써, 이런 관행과 관습에 함몰된 채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무지와 미몽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환멸적 각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2.2. 내부 이야기: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외부 이야기가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정치사회적 맥락을 설명한 것이라면, 내부 이야기는 그 어수선한 혼란을 틈타 권력과 검은돈을 추구했던 나쁜 놈들의 활약상을 그린 픽션이다.

조범석과 최익현, 그리고 최형배는 ‘전성시대를 누린 나쁜 놈’을 대표한다. 조범석은 1990년에 ‘범죄와의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된 강력부 부산지검 담당 검사로, ‘해방 이후 최고의 악질 검사’로 평판이 자자한 인물이다.

최익현은 악질 검사 조범석도 ‘깡패와 일반인을 섞어놓은 반달’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처세술로 부와 권력을 탐낸 국가대표급 나쁜 놈이다. 이에 비해 부산 최고의 조폭 두목인 최형배는 「범죄와의 전쟁」에 의해 희생된 나쁜 놈이다.

첫째,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34개 파 550여 명 조직폭력배에 대한 무기한 소탕령을 일제히 발효한다.

둘째, 개정된 경찰 직무법행법에 따라 현재 부산의 폭력조직 계보에 올라와 있는 조직원들은 모두 영장 없이 즉시 체포하라

셋째, 체포에 불응할 경우 즉각 발포하라.

이는 조범석이 부산지검의 강력부 검사로 임명되자마자 관할 경찰들에게 하달한 명령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받들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조급증과 압박감이 엿보인다.

내부이야기는 조범석의 명령에 따라 부산 지검에 체포·수감된 최익현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활약상에 대해 진술한 내용으로, 대략 3시기로 나뉜다.

1) 1982~1987 : 부산세관 말단 공무원이었던 최익현이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해고될 위기에 처할 무렵, 순찰 근무 중에 적발한 마약을 일본으로 밀수출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두목 최형배와 접촉하여 조폭의 세계로 진입한다. 최익현의 뛰어난 처세술과 최형배의 조직력으로 마련한 거금으로 불법 도박장과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익현은 대부로 군림하며 일본의 야쿠자들과 연계할 정도로 세력을 넓혀갔다.

처신의 달인답게 최익현은 포획한 자금의 일부를 부산 지역의 정치인들과 접촉하여 ‘88 올림픽 성공지원 자금’으로 상납하고, 그 대가로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와 88 올림픽 기념 금메달을 하사받아 일본의 야쿠자 대부에게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식으로 세를 과시한다.

이런 활동은 1990년 검찰에 체포될 당시 최익현에게 씌워진 죄목 중의 세 번째, 즉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와 의형제를 맺는 사카즈키 의식을 거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세력을 확산해 온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혐의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즉, 88 올림픽을 거행하기 위해 막강한 자금이 필요했던 노태우 정권이 일본 폭력조직과 손잡고 향락사업을 확장한 조직폭력배들의 불법과 범죄를 방조한 것이며, 「범죄와의 전쟁」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 1988~1990초: 88 올림픽 지원 성금 상납 이후, 최익현과 최형배는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나이트클럽과 빠칭코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다. 경찰에 적발·수감되더라도 최익현은 최씨 문중의 10촌뻘 되는 최주동 부장 검사에게 청탁하여 풀려나고, 그 사례로 큼지막한 금두꺼비 3개와 회식비 등을 두둑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처럼 점점 대담해진 최익현은 특유의 능란한 처세술과 ‘10억짜리 인맥 수첩’을 동원하여 부산 소재 호텔 3개의 빠찡코와 다수의 건물을 보유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부를 축적하게 된다.

3) 1990 말 ~ 1991 :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부산에서 양대 산맥 폭력배의 두목인 최형배와 김판호가 빠칭코의 지분을 놓고 벌인 싸움에 연루되어 최익현이 수감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최주동 부장검사의 도움으로 최익현이 석방된다. 부장검사의 권위에 눌려 변변한 항의조차 못한 조검사가 어쩔 수 없이 재수사를 전제로 최익현을 풀어준 것으로, 최익현은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살길을 찾아보려 노력했으나 결국 악질 검사 조범석에게 재구속된다.

그러나 최익현은 ‘자신을 불구속으로 풀어주면 거물급 조폭 최형배를 체포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역공작전을 펼쳐, 최형배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조범석이 쳐놓은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없어 미국으로 망명 갈 계획’이라 연기하며, ‘위조여권을 만들어 줄 테니 일본으로 밀항하라’고 유인해 최형배를 죽게 만들고 자신은 무혐의로 풀려난 것이다.

이렇게 내부 이야기가 끝나지만, 그 어디에도 최익현에게 덧씌워진 혐의와 죄과에 대해 한 마디 해명이나 부연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다. 공백으로 남겨진 이 지점은 곧 ‘조직폭력배 단속이 정치적 위기와 경제사회적 위기를 은폐하기 위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전시효과’였다는 당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환기해준다. 또한 각종 권력형 비리나 기업형 범죄 등은 눈감아 주는 방식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결탁한 부패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환멸적 각성을 안겨준다.

 

3. 또 다른 외부 이야기: ‘나쁜 놈’들이 누리는 특혜와 환멸적 각성

내부 이야기가 끝나고 외부 이야기로 빠져나온 시점은, 「범죄와의 전쟁」 선포 후 20여 년이 흐른, 영화가 개봉된 2012년 무렵이다. 이 부분은 서두의 외부 이야기와는 또 다른 외부 이야기로, 살아남은 나쁜 놈들이 누리는 특권과 수혜의 실태를 보여준다.

우선, ‘해방 후 가장 악질 검사’로 악명 높았던 강력부 조검사는 부장검사로 승진하고, 사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한 최익현의 아들은 서울지검의 검사로 임명됐다. 최익현 아들 최동주가 검사로 임명되는 자리에서, 조검사는 동료를 향해 “요즘 사시 합격자는 대부분 로펌이나 개업 변호사로 가는 데 굳이 배고픈 검사가 되려는 특이한 애”라고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그러나 최익현을 풀어준 대가로 금두꺼비와 사례금을 두둑하게 챙긴 최주동 부장검사에게 한마디 항의조차 못한 조검사를 떠올리면, 부장검사가 휘두르는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군사정권이 끝난 후 20여 년이 흐른 당시뿐 아니라 현재에도, ‘죄가 있어도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하지 않을 권리와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사의 특권’을 남용하는 부정부패에 관한 뉴스가 빈번하게 보도되는 실정을 고려하면, ‘살아남은 나쁜 놈’들이 누리는 수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러니 조검사에게 수모를 당할 때마다 최주동 부장검사의 막강한 권력에 기댔던 최익현에게, ‘검사 아들’은 평생 갈망해 오던 소원 성취에 해당한다. 어느덧 손자를 볼 나이가 된 최익현은 손자의 돌잔치에서, ‘안 풀리던 일도 한 번에 풀리게 만드는 복덩이’답게 서울지검의 검사로 임명된 아들에게 ‘수고했다’며 담배를 권하는데, ‘무소불위의 든든한 뒷배’를 안겨준 감사의 제스처다.

최익현은 손자 돌잔치에 찾아와 청탁을 건네는 건설업 회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듯 아련한 미소로 화답한다. 검사 아들의 막강한 특권과 오랫동안 몸에 익혀온 동물적 감각의 처세술을 합체한 최익현의 위력이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였던 20여 년 전보다 더욱 막강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복에 취해 손자를 안고 있던 최익현이 누군가 다가와 ‘대부님’하고 부르는 환청에 사로잡히지만, 이내 최형배의 목소리임을 감지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오랫동안 응시한다. 그 시선과 마주하는 관객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나쁜 놈’들이 누리는 엄청난 특혜와 권력에 대비하여, 무참하게 죽은 또 다른 ‘나쁜 놈’ 최형배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복잡한 표정의 최익현과 마주하는 관객들은, 또 다른 방식의 ‘범죄와의 전쟁’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환멸적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환멸적 각성을 촉구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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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ime fiction은 통상적으로 범죄소설로 번역되나, 영화를 다루는 글의 특성상 혼동을 피하고자 범죄물로 번역한다.

참고문헌

막스 베버, 『탈주술화 과정과 근대: 학문, 종교, 정치』, 전성우 역, 나남출판, 2002.

에른스트 만델, 『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 이동연 옮김, 이후, 2001.

조성권,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한국 조직범죄의 성장원인, 1961-1992 : 정치적 시각을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제9권 제2호(통권 제34호, 1998, 여름호), 159-192쪽.

※ 사진 출처 : 네이버

 

 

글·이정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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