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롭티에 미니스커트, 반스타킹, 턱살은 필터로 당기고, 조명은 주름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저 몇 살 같아요?’ 20? 25? 18? … 짠! 40대지롱!

요즘 SNS에는 ‘아줌마 릴스’가 넘쳐난다. ‘아줌마 릴스’란 주로 40~50대 여성이 젊은 스타일로 꾸민 자신을 노출하며,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저 몇 살 같아요?’로 시작하는 나이 맞추기 릴스, 성인처럼 키가 큰 아들과 함께 등장해 연인처럼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릴스, 20대 유행 패션을 따라한 룩북 릴스 등이다. 실제로 이런 콘텐츠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잘 관리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몸매만 보면 20대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미용 기술의 발전과 외모 관리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동안’은 더 이상 드문 특질이 아니게 되었다. 그만큼 젊음을 과시하는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한편,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아줌마 릴스’라는 표현에서 감지되는 조롱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든 여자에 대한 냉소는 가차 없다. 이 종류의 릴스가 올라오면 댓글 창에는 어김없이 악플이 달린다. “나이값 좀 하세요”라는 일침, “동안 호소인들 좀 그만 보고 싶다”는 비아냥, “60대인 줄 알았어요”하며 이악물고 무시하는 댓글 등……. 최근에는 패러디 영상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그우먼 이예림의 ‘예쁠림’ 시리즈가 있다. 이예림은 고등학생 아들을 둔 40대 동안맘 캐릭터에 빙의해, 몸매를 강조한 타이트한 옷차림과 과도한 애교로 중년 여성의 ‘젊음 연기’를 희화화한다. 영상의 설정을 진짜로 오해한 일부 시청자들은 ‘애 엄마가 뭐하는 짓이냐’며 야유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비난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젊게 살면 안 되나”, “나이 들면 얌전한 옷만 입어야 하냐”는 식의 반응이다. 그런데 사실 ‘아줌마 릴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단지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도덕 잣대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영상 속 여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잘 관리되고 젊어 보이는 사람에게 더 호의적이다. 최근 예능프로 SNL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배우 김사랑을 보라. 화면에 비친 그녀는 47세인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섹시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슴과 다리를 훤히 드러낸 그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여전히 바비인형 같다’며 찬양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아줌마 릴스’에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단지 나이에 맞게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과잉, 무언가를 애써 감추거나 덧씌우려는 노력이 사람들의 감각을 건드린다. 사람들은 ‘나이답지 않은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 욕망과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 ‘나 아직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라고 묻는 듯한, 젊음을 확인받고자 하는 몸짓에는 결핍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당당한 표정 뒤에 숨은 불안함과 자기 부정의 그림자를 감지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도 존재하는 것이기에, ‘민망함’이라는 대리 수치로 연결되는 것이다.

시술과 필터가 일상이 된 지금,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게 멋지다’라는 말은 더 지혜로운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말 속에조차 ‘근사한 늙음’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상상하는 건 주름이 있어도 고운 피부, 흰머리가 있어도 스타일리시한 옷차림, 말하자면 ‘노화된 아름다움’이라는 이상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한때 연예인 이효리는 ‘평범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피부 시술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1 이 발언은 나이 듦에 대한 이상적인 태도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회자 되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에서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는 모습이 포착되자, 일부 팬들은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효리 역시 “시술을 해봤지만 잘 맞지 않았다”며 외모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2 우리가 기대했던 건 진짜 ‘자연스러운 늙음’이 아니라, 늙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판타지였던 것이다.
예뻐지길 바라면서도 애쓴 흔적은 감춰야 하고, 젊음을 추구하면서도 그 욕망은 들키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그런 모순 속에서 ‘자연스러움’이라는 허울을 좇고 있다. 결국 ‘아줌마 릴스’를 만드는 사람도, 그를 비웃는 사람도, 모두 같은 규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조롱하는 것은 그들의 필터 너머에 비친 우리 욕망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1. 「이효리 "보톡스 안해요" 이유는?」, 스타투데이, 2012.03.09.
2. 「이효리는 어떤 시술을 받았나···“리쥬란·보톡스 효과 X”」, 스포츠경향, 2024.03.28.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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