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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제국의 무서운 진실, ‘콘크리트 암토피아’
콘크리트 제국의 무서운 진실, ‘콘크리트 암토피아’
  • 최병성 | 환경운동가 겸 목사
  • 승인 2024.01.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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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은 급감하는데, 폐암은 급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9월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2022년 ‘폐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폐암 진료 인원은 2018년 9만 1,192명에서 2022년 11만 6,428명으로 4년 동안 2만 5,236명(27.7%p)이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폐암 환자는 179명에서 226명으로 47명(26.3%p) 증가했는데, 이중 남성은 225명에서 274명으로 49명(22%p), 여성은 132명에서 179명으로 47명(35.6%) 증가해, 여성의 폐암 증가율이 더 높았다.

폐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9,150억 원에서 1조 2,799억 원으로 4년 동안 3,649억 원(39.9%p)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8.8%p에 달했다. 당연히,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어떤 질병이든 환자가 증가하면, 당연히 해당 질병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액과 함께 사망자 수가 증가한다. 질병의 확산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2년 9월 27일,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 갑)은 신축 아파트 2,531가구 중 399가구(15.8%)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위험한 아파트’들은 모두 중소 건축업체에서 지은 것일까? 아니다. 기준치 초과 시공 58건을 건설사별로 보면, 대우건설이 7건으로 1위였다. 그밖에도 4건 이상 초과한 건설사는 서희건설, 대방건설, 태영종합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 아파트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실내 라돈 발생량을 측정한 결과, 거실과 안방에서 1,600베크렐(Bq/m³)이 넘게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실내 라돈 안전 기준치 148베크렐의 약 11배에 달한다. 어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신축 아파트의 실내 라돈 발생량을 측정한 결과, 환경부 실내 라돈 안전 기준 148베크렐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 시공사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근거해 입주 7일 전까지 공기질을 측정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결과를 알려야 한다. 그리고 환경부 장관은 지자체장으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는다. 바로, 여기에 심각한 꼼수가 숨어 있다. 최근 신축되는 아파트들은 환기시설을 갖추고 있다. 환기 장치를 가동한 상태에서 라돈을 측정할 경우, 정확한 실내 라돈 방출량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 신축 아파트 중 15%가 실내 라돈 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은, 실상 라돈의 위험에 노출된 신축 아파트는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흡연율 급감하는데, 폐암이 사망률 1위?

2021년 9월 28일, 통계청은 2020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폐암의 사망률은 36%로 간암(20.6%), 대장암(17.4%), 위암(14.6%)보다 훨씬 높다. 폐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럴까?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흡연율이 지난 1998년 35.1%에서 2020년 현재 20.6%로 급감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1998년 66.3%에서 2020년 34%로 크게 감소했다. 청소년 흡연율 역시 1998년 12.1%에서 2021년 4.6%로 급감했다.

폐암의 원인인 흡연 인구가 줄었다면, 폐암 발생률과 사망자 수도 당연히 줄어야 한다. 그러나 암 중에 폐암 발생률과 사망자 수는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비흡연 여성의 폐암 증가율이 3.2%라는 것은, 흡연 이외의 또 다른 폐암 발생 원인이 있음을 분명히 시사한다.

‘미세먼지’ 또한 폐암의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늘어난 것일까? 환경부가 지난 2022년 1월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18㎍/㎥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좋음(15㎍/㎥ 이하) 일수는 2015년 63일에서 2021년 183일로 무려 190% 증가했고,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36㎍/㎥ 이상) 일수는 2015년 62일에서 2021년 23일로 약 63% 개선됐다. 

폐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흡연과 미세먼지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폐암 환자는 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폐암 증가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그 답은, 국민 대다수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숨어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 사이트인 e나라지표의 유형별 주택 현황을 보면, 1995년까지 국민의 주요 거주공간은 단독주택이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2000년 47.8%에서 2021년 63.5%로 급증하며 주요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주거 형태 중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단독주택 20.6%, 다세대주택(속칭 ‘빌라’) 14.8%, 아파트는 63.5%로 국민 3명 중 2명은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실내 라돈이 지적되고 있다. 라돈은 토양과 지하수를 통해 노출된다. 그렇다면 폐암 발생률은 높은 곳일수록 낮아야 자연스럽다. 즉 저층 형태인 단독주택보다 고층 아파트가 토양의 라돈 영향이 적게 받는 만큼, 폐암 발생률도 낮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고층 아파트가 증가하는 가운데 폐암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가루 + 물 = ‘라돈 폭탄’

신축 아파트 실내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4년 3월 29일, KBS 추적 60분 <라돈의 공포 2부, 문제는 땅이다> 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해당 프로그램은 한 아파트에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환경부 기준치 4피코큐리(Picocurie, 기호 pCi, 1Ci의 1조분의 1)를 초과한 5.2피코큐리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였다. 조사 결과 8개의 석고보드 중 3개가 라돈 권고기준을 초과했다. 이후 석고보드 제조사들은 라돈이 많이 함유된 인산석고 사용을 중단하고, 라돈 함유량이 적은 발전소의 탈황석고를 이용해 석고보드를 제조하고 있다. 문제는 석고보드 제조사들이 2014년 방송 이후 인산석고 사용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축된 아파트에서 고농도의 라돈 방출량이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축 건물에서 라돈의 검출의 주요 원인은 콘크리트였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이 주를 이룬다. 일부 모래와 자갈에서 라돈이 검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라돈이 없는 모래와 자갈을 사용했음에도, 실내에서 고농도의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의 라돈 방출량 조사 결과 환경부 기준 이내이며, 실내에 시멘트가 노출되지 않는다며 시멘트는 실내 라돈 기준치 초과와 과학적으로 무관하다고 한다.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대개 집은 시멘트 가루로 짓지 않는다. 시멘트 가루에 물을 혼합해 콘크리트라는 제품을 만들어 지은 집에, 사람들이 살아간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을 물에 섞어 만든다. 모래와 자갈은 물을 만나도 화학적 변화가 없으며, 라돈 방출량에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시멘트 가루는 다르다. 시멘트 가루가 물을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물질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돈 방출량이 급증한다. 바로 이 충격적인 사실이 그동안 감춰졌던 것이다. 실내 라돈 발생의 주범을 찾고자, 국가 공인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시멘트 라돈 발생량 분석을 의뢰했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7일 동안 시멘트 가루의 라돈 방출량은 51.5베크럴이었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주장처럼 환경부 기준치인 148베크럴 이내다. 

문제는, 콘크리트다. 이 시멘트 가루에 물을 혼합해 만든 콘크리트였던 것이다. 시멘트로 콘크리트 공시체를 만들어 건조시킨 후 라돈 방출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무려 853.9베크럴의 라돈이 검출됐다. 환경부 기준의 약 5.8배에 달하는 수치다. 

필자가 아크릴챔버와 라돈 측정기를 구해 직접 실험해봤다. 1일(24시간) 후 102베크럴이었고, 2일(48시간) 후 113베크럴, 실내 기준치인 148베크럴을 넘지 않았다. 시멘트 가루는 시간이 지나도 라돈 증가량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만들었더니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라돈 방출량이 급증한 것이다. 콘크리트는 1일(24시간) 후 291베크럴, 2일(48시간) 후 340베크럴로 환경부 기준치(148베크럴)를 크게 초과했다. 이어 3일째 390베크럴, 4일째 423베크럴, 5일째 468베크럴로 무서운 증가세를 보였다.

 

사람도, 반려동물도 위협하는 ‘쓰레기 시멘트’

연구 ‘시멘트 수화 모니터링을 위한 라돈 호기율 측정(Measurements of radon exhalation rate for monitoring cement hydration)’에 따르면, 시멘트가 물에 혼합되면 라돈 방출량이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온도가 30도에서 60도로 증가하면, 라돈 방출량이 20~40배로 극적인 증가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겨울철 실내 라돈 농도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날씨가 추워서 환기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대한 이유가 있다. 난방으로 인해 콘크리트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뜨거워지면, 이온의 활성화로 인한 불활성 가스인 라돈 방출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아파트 공화국’이자 겨울철 난방 문화국인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라돈의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논문이 발표된 게 2006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8년 전이다. 이 논문에는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되면 라돈 방출량이 증가된다는 이전 논문들을 인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감춰왔던 것일까?

국립암센터가 발행한 ‘라돈(RADON)-발암요인보고서’에 따르면, 라돈(RADON)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Group1)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라돈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물질로 방사선에 노출된 폐 세포가 호흡을 통해 기관지나 폐포에 머무르면서 세포 중 염색체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라돈이 유발하는 질병은 폐암뿐이 아니다. 국립암센터는 ‘라돈 노출과 소아 백혈병 사이에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있다’는 덴마크의 연구 결과와, 실내 라돈이 고형암(Solid tumor) 환자의 위험도를 2.61배 높인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를 강조했다. 이처럼 해외 의학계에서는 라돈이 소아 백혈병을 비롯해 피부암, 뇌암, 뇌종양 등의 각종 질병과 연관 있다는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심지어 국립암센터는 라돈은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호흡을 통해 기도암과 악성종양과 표피암 등의 다양한 암을 유발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얼마 전 단양의 모 시멘트 공장에 시멘트 제조에 사용될 폐기물을 하역하던 트럭 운전자가 황화수소 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는 ‘자원 재활용’이라는 명분 하에 유해물질 가득한 공장과 반도체공장의 슬러지와 오니, 소각재, 분진, 하수 슬러지,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폐플라스틱 등 온갖 쓰레기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라돈 함유량이 높은 인산석고도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각종 쓰레기들이 라돈 발생 및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쓰레기 시멘트’. 이것이 대한민국 환경부의 재활용 정책이다. 국민의, 특히 시멘트 공장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에 치명적인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환경부의 이 재활용 정책은 절대 재활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 

 

 

 

글·최병성
목사,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 기자, 사진작가 등의 다양한 역할로 생태보호운동가로 활동한다. 2007, 2018년 환경재단의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2회 선정됐고, 2011년 언론인권 특별공로상, 2019년 환경시민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강은 살아있다』(2010), 『길 위의 십자가』 (2016)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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