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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 준 내가 아닌 나
‘AI’가 만들어 준 내가 아닌 나
  • 이지혜 l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2.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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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로필 이미지’와 ‘진짜 사진’
어플 스노우AI 사용화면 갈무리 ⓒ 스노우SNOW

‘AI’가 대세다. 요즘 사람들은 ‘AI’에 기대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사전을 찾거나 책을 읽는 대신 ‘AI’에게 묻는다. AI가 학습해 도출한 것을 ‘내가 사유한 것’이라고 믿는다. AI의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콘텐츠를 자신의 취향이라고 믿는다. 직접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기보다 ‘AI’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출력한다.

이중 사회·문화계를 강타한 것은 ‘AI’가 만드는 이미지다. 특히 2023년은 ‘AI 프로필 이미지’가 대세였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인공지능(AI)으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어플을 통해 발행된다. 대표적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SNOW)’가 해당 콘텐츠를 서비스 중이다. 이 외 여러 업체가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제공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최근 1년여 사이 등장해 급성장했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나’가 될 수 있는가?

‘AI 프로필 이미지’는 등장과 동시에 여러 논란과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본래 ‘프로필 이미지’는 자신을 피사체로 삼아, 스스로를 증명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사진 작업물이었다. 이러한 사진 작업물은 본래 사진관을 방문해 찍거나, 사진작가를 섭외해 찍는 것이 일반적 관례였다. 그러나 ‘AI 프로필 이미지’ 서비스의 등장 이후 고가의 이미지 사진도 이제는 ‘AI 프로필 이미지’를 통해 발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얼굴의 상하좌우가 잘 드러난 사진을 어플에 업로드만 하면, 다양한 컨셉의 이미지 사진을 실제로 찍을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자신을 공들여 꾸미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웃지 않아도 몇천 원이면 그럴듯한 콘텐츠를 출력해냈다. 한복이나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컨셉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해외에 있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감쪽같이 합성해냈다. 돈과 시간을 들여 당장 사진관에 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AI 프로필 이미지’를 증명사진으로 활용하길 시도했다. 그리고 ‘AI 프로필 이미지’를 붙여 낸 이력서나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이 통과되었다는 무용담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2023년 8월 12일자 <동아일보>(1)가 반응했다. 이날 기사에서 최미송 기자는 ‘AI 프로필 이미지’를 ‘나’를 ‘증명’하는 공적서류에 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기자는 기사를 통해 서울 자치구 주민센터 10곳을 찾아가 문의한 결과 10곳 중 9곳에선 AI 사진으로 신분증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대한민국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AI 프로필 이미지’ 서비스가 등장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2023년 8월 14일)에 정책브리핑을 통해 “AI 프로필, 주민등록증에 사용할 수 없다”라는 요지의 공문(2)을 전국 지자체에 송부했다. 또한 행안부는 “얼굴이 얼마나 비슷한지와 상관없이 AI 생성 사진은 본질적으로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며 “원본 사진을 고치는 보정과 달리 AI 사진은 이미지를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근거를 밝혔다.

이처럼 정부 부처가 AI 사진의 행정적 사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를 진작에 못박은 가운데에도, 2024년 2월 기준 ‘AI 프로필 이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기사들은 현재까지 ‘AI 프로필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증명사진’이라고 할 수 있나? 

행안부의 말에 따르면 ‘AI 프로필 이미지’는 ‘증명사진’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는 ‘왜’라는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물론 ‘재창조’라는 설명이 있지만, ‘재창조’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도 보정 프로그램으로 몸의 윤곽이나 이목구비를 수정하는데, ‘AI 프로필 이미지’로 재창조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문이 정부 부처의 발표에 꼬리표처럼 뒤따랐다. 따라서 사람들은 암암리에 ‘AI 프로필 이미지’를 자신을 증명하는 데 사용했고, 이에 거리낌이 없었다. 작게는 SNS나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을 ‘AI 프로필 이미지’로 대체했다. 크게는 법적 증명서류의 신분증명사진을 ‘AI 프로필 이미지’로 제출했다. 

 

사진은 ‘AI 프로필 이미지’가 아니다

초기의 사진은 비싼 가격 때문에 개인의 신분증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진은 사실의 확인과 법률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었다. 따라서 증거로서의 활용을 위해 사진은 대중화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법률 판단에 중요한 문건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인지한 정치권력이 사람의 초상이 찍힌 사진을 통해 민중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 ‘증명사진’의 시초였다. 곧 사진은 범죄의 증거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오늘날 법정에서 사진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표준화된 행정 관행이 되었다. 이로 인해 법률적 효력을 갖는 ‘증명사진’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3)

한편으로 사진의 출현은 ‘텍스트’에 속하지 않는, 이전과는 다른 기록 방식이었다. 19세기의 사진은 지표(indexical)적인 것에 속하는 진리였다. 오직 사진만이 소유권에 대한 시각적인 기록으로써 법적 효력을 내세울 수 있는 시기도 있었다. 사진 기록이 다른 모든 시각적 기록의 형태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4)

알다시피 사진은 객관성과 진실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사진은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며, 시간의 증거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사진의 성질은 개인의 상황이나 순간을 개별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는 단차원적 범주에서 나아가 기술·과학·의학·정치·법학 등 영역까지 그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사진의 재현 능력이 보장하는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사건의 실재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5)가 되며, 진실성을 부여받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증명사진’은 진실성을 부여받은 증거로서의 ‘사진’의 하위분류 중 하나다. 말하자면 ‘증명사진’은 개인에 대한 공적인 기록물이다. ‘증명사진’은 공적 규격에 맞춰 인간이 개입해 기록한 타자의 객관적 초상이자 ‘사진(photography)’이다. 사진이 찍히는 순간 피사체가 되는 주체의 기억과 시간은 그대로 프레임에 남아 인화된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원본 사진 속 피사체의 외형에 대해서는 일부 보정이 가능하지만, 피사체의 외형을 규격에 맞춰 소폭 수정할 뿐 내재된 이야기, 즉 피사체의 삶까지 수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사진은 ‘AI 프로필 이미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진은 “처음으로 외부 세계의 이미지(6)가 엄격한 결정론에 따라 인간의 창조적 개입 없이 자동적으로 형성”된 자동생성 이미지(7)다. 또한 “특별히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대상이나 사물이 존재하는 현장에서 동시적으로 얻어진 것”인 동시에 “다른 어떤 기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물이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을 직접 그리고 진실로 지시하는 것”(8)이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다

‘AI 프로필 이미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인공지능이 소비자가 제공한 일정한 장수의 이미지를 토대로 공통점을 통계화해 주제에 맞게 구성해 새로 출력한 그림 콘텐츠’이다. 말 그대로 ‘재창조’한 것이다. 소비자가 제공한 사진은 컴퓨터 이진법인 숫자 0과 1로 분해되어 낱낱이 코드화되고, 새로운 프레임 안에서 재조립된다. 이렇게 조립된 이미지에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객관성’과 ‘증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사체, 즉 주체의 삶과 기억이 기록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창조 과정을 통해 발행된 ‘AI 프로필 이미지’에는 현실의 사물이 부재한 것이나 다름없는 웹상의 사물이다. 이는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뮐라시옹’ 개념을 일부 빌려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사물은 광고가 상품에 부여한 기호이며 기호 가치이다. 그러므로 사물은 종종 원본과 유사성 없이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창조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나아가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이 이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그는 ‘시뮐라크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뮐라크르의 동사형을 ‘시뮐라시옹’이라고 정의했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때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그러므로 완벽하진 않지만 ‘AI 프로필 이미지’는 ‘시뮐라시옹’의 산물로도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플이 발행한 ‘AI 프로필 이미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내재하고 창출하는 하나의 사물 콘텐츠일 뿐 ‘나’는 아니다.

 

‘나’가 소멸한 자리에 ‘AI 프로필 이미지’가 있다

본성적으로 인간은 자연의 ‘있는 그대로’가 자기 삶을 영위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면, 능력이 미치는 한 그것을 뜯어고치고 꾸미고 개작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의 조작 ‘상’(對象)이며 인간은 중심이고 주체(主體)이며 주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주체 의식은 자연과의 관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또한 대상으로 여기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기도 한다. 공동체 의식의 형성이나 시민 사회의 형성 없이 타인이 한낱 대상으로만 머무를 때, 타인은 사물들과 동격이 되고, 인간의 인간과의 관계에도 주종 관계가 성립된다.(9)

‘AI 프로필 이미지’를 소비하는 지금 사회는 타인의 대상화에서 나아가 앞서 말한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밀어내는 사회에 가깝다. ‘자기’를 남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고 우월감에 도취되며 열등감에 사로잡힌 끝에 스스로를 해체하고 타자화한다. 이러한 행위는 현실 세계의 자신을 위장하거나 꾸미고 보수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웹으로 전송된 원본 이미지를 수정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해체해 객체, 즉 낯선 자로 만드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AI 프로필 이미지’는 현대인의 주체 소외(疎外), 이른바 타자화(他者化) 현상이 작동하며 기술과 결합해 발생한 사회적 결과물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발생한 콘텐츠다. 그러므로 세상에 없던 콘텐츠의 발생에 대해 사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AI에 기대어 사유할 것인가? 스스로 사유할 것인가? 결정은 이 글을 읽는 ‘나’의 의지에 달렸다. 

 

 

글·이지혜
문화평론가. 제16회 <쿨투라> 신인상 영화평론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으로 문화현상을 연구하고, 강의도 한다. <르몽드 문화톡톡>에 문화평론을, <COAR> 등에 영화평론을, <서울책보고> 웹진에 에세이를 기고 중이다. (leehey@khu.ac.kr)

* 이 글은 필자가 2023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을 받아 2023년 12월 ‘리터러시학회 겨울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 「‘AI이미지’의 파생실재성(hyperréel)연구 -‘증명사진’과 어플 ‘스노우SNOW’의 ‘AI 프로필이미지’ 콘텐츠 비교를 중심으로-」를 일부 수정 보완하여 작성했다. (NRF-2023S1A5B5A19094347)


(1) 최미송 기자, ‘AI로 만든 증명사진 사용금지인데… 주민센터 10곳 중 9곳 “OK”’, 동아일보, 기사 최종 업데이트일 2023.08.16.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813/120689999/1 접속일: 2023.11.30.)
(2) 행정안전부, ‘브리핑 룸, 사실은 이렇습니다: AI 프로필사진, 주민등록증에 사용할 수 없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08.14.
(https://www.korea.kr/briefing/actuallyView.do?newsId=148918984&call_from=naver_news 접속일:2023.11.29.)
(3) 김경미. <증명사진을 통해서 본 초상사진 특성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2001. 6쪽과 각주 6번을 참고.
(4) JoHn Tagg, The Pencil of History, Tugitive Images, Indiana University Press, 1995. H. D. Gower, L. Stanley jast and W. W. Ropley, The camera as Historian, London, Sampson, Low, Marston, 1916, pp. 2~3에서 재인용.
(5) 위의 논문, 4쪽 참조.
(6) 본 글에서 사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미지(image)란 은유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사진적인 처리 과정에 의해 스크린상에 나타나는 장면의 시각적인 재현을 말한다. 그러므로 ‘AI 이미지’에 사용된 의미와는 완전히 별개의 뜻이다.
(7) 앙드레 바쟁, 박상규 역,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 『영화란 무엇인가』, 사문난적, 2013. 29쪽 참조.
(8) 김진석, ‘이미지의 외시. 탈 상징의 차원에서 사진 이미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 <시대와 철학>, Vol.13 No.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02. 150쪽.
(9) 백종현, ‘문화형성의 토대: 인간의 자기반성 능력’, 『철학의 주요개념 2』,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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